Issue/Entertainment

한국의 댄스 에이전시(Dance Agency)에 관한 새로운 비전

2023. 8. 13. 12:00

 

댄서와 안무가들은 어떻게 일감을 구할까? 국내와 해외를 불문하고 그들은 대부분 스스로 일감을 찾아나서야만 했다. 일단 춤실력으로 댄스 신(scene)에서 주목을 받은 다음, 춤을 추면서 만나는 사람들과 일을 한다. 본질적으로 춤을 잘 추는 것 이외에도 꾸준하게 자기 PR(Self Public Relation)까지 해내야 한다.

 

춤을 잘 추는 사람은 많지만 영업력까지 발휘하는 사람은 적다. 영업력이라는 진입장벽을 극복할 수 없으면 일 자체를 따내기 어려우니 직업적 불안정성을 겪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댄서와 안무가들이 언제까지나 직접 일감을 구하러 나서야만 할까? 그렇지 않다. 댄서와 안무가들을 대행하여 일감을 중개하는 ‘댄스 에이전시(Dance Agency)’가 등장했다.

 

【서유경 변호사의 법률 TIP】 에이전시(Agency)는 아티스트의 업무를 알선, 대행, 중개한다. 이에 비해 매니지먼트(Management)는 에이전시 업무 뿐만 아니라 직접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업무까지 한다. 한국에서 연예기획사라고 하면 주로 매니지먼트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근거법률은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약칭: 대중문화산업법)」이다. 에이전시나 매니지먼트 모두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 해당하고(동법 제2조 제6호), 필수적으로 문체부 장관에게 등록까지 마쳐야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동법 제26조 제1항 전문). 적법하게 등록된 회사들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대중문화예술종합정보시스템에서 검색해볼 수 있다. 만약 이 사이트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 경우 미등록 업체로서 행정상 제재적 조치를 가할 수 있고, 그와 별도로 형사 처벌까지 가할 수 있다.

 


(1) 미국과 한국의 댄스 에이전시 현황

미국 : 에이전시 본연의 순수한 업무에 특화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는 춤과 안무에만 특화된 에이전시가 존재한다. 특히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 많이 분포하고 있다. 주요 에이전시로 Clear Talent GroupMSAGo 2 TalentBloc등이 대표적이다.

Clear Talent Group(좌), MSA(우) (최종 방문: 2023년 8월 7일)
Go 2 Talent Agency(좌), bloc(우) (최종 방문: 2023년 8월 7일)

미국의 댄스 에이전시의 주요업무는 댄서, 안무가, 안무 디렉터를 영입하고 그들의 업무를 관리해주는 것이다. 해외의 댄스 에이전시는 순수한 개념의 에이전시로서 댄스, 안무제작 등을 중개하는 것에 집중한다. 댄서들은 에이전시에 상시적으로 지원할 수 있고, 에이전시와 성공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에이전트들이 댄서들에게 맞는 일을 찾아서 제안해줄 수 있다.

 

안무가나 안무 디렉터의 경우, 에이전시는 이들의 이력을 스타일에 맞게 정리하고 매체에 노출하여 홍보한다. 이미 업계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쌓은 안무가나 안무 디렉터의 경우 에이전시의 도움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색깔에 맞는 일을 진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풀(pool)을 제공함으로써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결과적으로 안무가나 안무 디렉터가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도움이 된다.

 

미국의 댄스 에이전시는 그야말로 '에이전시(agency)' 본연의 업무에 집중한다. 작품 자체를 제작하는 '스튜디오(studio)'나 '제작사(production)'의 개념과는 업무 영역을 달리한다. 댄스 에이전시는 춤을 추는 예술가 한 명 한 명을 대행하여 일감을 찾아주는 만큼, 아티스트 개개인의 역량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에이전시는 각 아티스트의 이력을 상세하게 정리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도록 '쇼릴(showreel)' 동영상을 준비한다. 이력이 상대적으로 없는 경우, 이력서에 춤 실력에 대해 자세하게 기재한다. 즉,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속된 아티스트에 대한 대중적 신뢰도를 이끌어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한국 : 아카데미와 제작 매니지먼트가 우선하는 복합적 모델 

2023년 8월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댄스 에이전시'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은 채 5년도 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YG 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YGX이다. 2018년 댄스 매니지먼트를 설립하고 댄스 아카데미 사업을 함께 영위한다. YGX는 그 출발부터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산하 레이블로 출발했다. 연습생 트레이닝, 소속 아티스트의 공연을 위한 인하우스 안무 제작, 외주 안무제작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YGX 공식 웹사이트 (최종 방문: 2023년 8월 7일)

한국에서 YGX 이외에 댄스 에이전시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매우 적다. 그나마 기존의 댄스 아카데미에서 댄서와 안무가를 강사로 기용하고, 알음알음으로 댄서들을 연결해주거나 외주 안무 제작을 한다.  그러니 미국처럼 순수하게 에이전시 본래의 기능에만 집중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한국의 댄서와 안무가들은 아카데미나 제작 시스템에 합류하지 않는 이상 에이전시 업무 자체만을 이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강습이나 외주 제작을 하지 않고 오로지 춤에만 집중하고자 하는 댄서와 안무가들은 스스로 일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여야 하는 상황이다.

 


(2) 춤 콘텐츠의 흥행과 새로운 기회

춤 자체도 콘텐츠가 된 시대

K-POP 덕분에 아티스트의 노래에 맞는 춤도 전문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고, 춤이 널리 보급되었다. 음원이 발매되면 안무를 따라하는 '커버(cover)'나 '챌린지(challenge)' 동영상이 쏟아진다. 과거에는 무대에서 아티스트와 함께 춤추는 댄서를 보고 단지 '백업(back-up)'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춤 자체가 콘텐츠이자 밈(meme)이 되었다.

 

한국에서 댄서와 안무가를 주목한 중요한 계기는 2021년 M-net의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약칭 "스우파")였다. 코로나(Covid-19) 사태로 인해 엔터테인먼트 산업계가 주춤했지만, "스우파"를 통해 실력있는 댄서와 안무가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무대의 중심에 내세웠다. "스우파"에서는 그들의 춤실력 뿐만 아니라 외모와 스타일, 춤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깊은 자존감이 드라마적 서사로 만들어졌고, 대중들은 열광했다.

 

연예기획사의 아티스트로 영입

대중적 시장성을 인정받은 댄서들이 팀 단위로 연예기획사에 영입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스우파"의 큰 성공이 계기가 되어, 출연한 댄서와 안무가에게 보다 획기적인 기회가 주어졌다.

 

공식 웹사이트 아티스트 소개 모어비전의 홀리뱅(좌), 웨이크원의 엠비셔스 (최종 방문: 2023년 8월 7일)

가령, "스우파"의 우승팀 홀리뱅(HOLYBANG)은 2022년 8월 전원 박재범이 신설한 모어비전(MORE VISION)에 영입되었다. 이후, 홀리뱅은 모어비전 소속 아티스트의 안무를 제작하면서 광고, 화보, 방송 등의 부수적인 활동까지 활발하게 하고 있다. "스우파" 후속으로 남성 댄스 크루를 주인공으로 한 <스트리트 맨 파이터>(약칭 "스맨파")에 출연했던 엠비셔스(Mbitious) 또한 2023년 1월 CJ ENM 산하 레이블 웨이크원(WAKE ONE)과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댄서나 안무가가 연예기획사에 소속되는 것이 과연 연예인이나 셀러브리티(celebrity), 인플루언서(influencer)로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지 아니면 본연의 춤과 관련된 기회를 제공하는지에 관해서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또한 댄스 시장 자체의 파이가 커졌다기 보다는, "스우파"나 "스맨파"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주목을 받은 몇 팀에게만 집중하여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해외 댄스 에이전시를 통한 해외 활동

해외 댄스 에이전시가 한국의 댄서나 안무가를 섭외하여 해외에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사례도 있다. 가령, 유명한 글로벌 댄스 에이전시 JAM REPUBLIC은 국내에서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은 댄서나 안무가를 섭외하여 해외에서 워크숍을 하고, 아티스트와 콜라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2 

 


(3) 한국의 댄스 에이전시에 대한 새로운 비전

한국의 춤 생태계에서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어렵다. 개인적으로 춤을 춰서 일감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만약 에이전시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미국식 에이전시 시스템이 정착된 상황이었다면 댄서나 안무가가 보다 자유롭게 개인 활동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에이전시 시스템이 척박한 환경에서, 댄스 아카데미를 운영하지도 않고 특정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지도 않은 경우 직업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은 팀(team)이다.

 

팀이 독립된 사업체로서 운영되는 경우도 있지만, 구성원 전원이 거의 프리랜서처럼 활동하기도 한다. 일을 따올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일과는 별개로 오로지 춤만 추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계약서를 쓰지 않고 인적 유대감으로만 결성된 경우도 많다. 그러니 그때그때 구성원들이 변경되기도 쉽다. 회사처럼 채용시스템을 갖추기도 어렵다. 팀이라고 하지만 지속가능한 활동을 하기 위한 안정성이 떨어진다. 

 

인지도가 높은 소수의 팀은 집중적으로 시장의 선택을 받고, 좋은 포트폴리오를 쌓아나간다. 하지만 개인으로 활동하는 댄서나 안무가들 혹은 인지도가 높지 않은 팀들에게도 보다 일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댄스 아카데미나 연예기획사의 매니지먼트 시스템 속에서 파생된 부수적 역할을 수행하는 에이전시가 아니라, 미국처럼 일감 자체를 소개하거나 중개할 수 있는 본연의 순수한 에이전시도 필요한 것이다. 

 

한국의 댄스 신(scene)에서 순수하게 에이전시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댄스 에이전시가 등장할 경우 어떤 변화가 생길지는 미지수이다. 공급자로서 댄서와 안무가들 뿐만 아니라 수요자로서 기존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의 구성원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검토할 쟁점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춤에 대한 산업적 기반이 확실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댄스 에이전시가 등장할 경우 수익구조가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지 모색해봐야 한다. 춤으로 인기를 얻었던 것과는 별개로, 춤 자체가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의 독립적인 하나의 분야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오래 되지 않은 만큼, 향후 한국의 댄스 에이전시 모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길 바란다.

 


 

Reference

 1  Charise Roberts, "How to Get Into A Dance Agency", Steezy Blog (Dec 16, 2022)

 2  JAM REPUBLIC Instagram (Apr 4, 2018)

 

 

 

안무 저작권, 어떻게 보호할까? - Fortnite 소송을 중심으로

음악 저작권자는 거의 모든 경우에 음악이 경제적으로 이용될 때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곡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곡인데도 지나치게 유사하다고 의심되면 표절 의혹을 제기

arteco.legal


Contributor   |   송정현   Junghyun Song

춤을 사랑하고, 춤을 추며 대중예술 산업에 대한 탐구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Instag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