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웍스디, 댄스의 경계를 넓히다: 서종렬 대표 인터뷰

2024. 3. 20. 12:38

웍스앤피플은 “Works of Dancer”를 줄여 Works.D (이하 ‘웍스디’)라는 댄스 플랫폼을 출시한 기업이다. 서종렬 대표는 수많은 실력 있는 댄서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후, 이들을 더욱 노출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나아가 일반 대중들이 더욱 간편하게 춤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시작한 사업이다. 

 

현재, 국내와 더불어 글로벌 규모로 웍스디의 사업과 같은 아이디어는 댄스 업계에서 생소하다. 사업의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고, 웍스앤피플 측에서 댄스 업계에 대해 바라는 점이나 줄 수 있는 영향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서종렬 (웍스앤피플 대표)
댄스 플랫폼인 Works.D를 운영하고 있으며, 댄스 산업계의 발전과 댄서들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댄스 학원과 안무가들의 저작권 보호 및 이익 공유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website: WORKS.D


 

 

 

송정현 (댄서)

춤을 사랑하고, 춤을 추며 대중예술 산업에 대한 탐구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instagram: @_haanicaa

 

 

 


 

 

웍스앤피플: 저는 사실 댄서는 아니에요. 저는 춤을 춰본 적이 없고, 경험이 있다면 중학생 때 1년 정도 비보이 했던 게 다인데, 어쩌다 보니 주변에 댄서들이 조금 있었어요. 실용무용과나 한국무용과 입시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군대 후임이 실용무용과 학생이더라고요. 그리고 친구들 중에 프리픽스에서 강사하는 애들도 있어서,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까 댄서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을 해보고 싶었고, 사전에 산업에 대한 스터디를 하면서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었죠. 저는 창업할 때 MVP를 여러 개 만들어서 여러 가지 가설검증을 해봤고, 그 중에서 성과가 나왔던 학원 수업 통합 플랫폼을 시작하게 됐어요.

 

정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으로서 정말 좋게 생각해왔던 것 같아요. 어떤 점들을 보고 “이게 되겠다"고 확신을 하셨나요? 

 

웍스앤피플: 안무저작권이 제대로 적용이 돼있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걸 풀어내는 방식을 구상하면서 시작하게 됐었죠. 안무저작권이라는 게 사실 적용하기 되게 어렵잖아요? 영상을 보고, 다른 영상과 비교하는 기술도 필요하고,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들이 있는데, 학원에서 진행하는 코레오그래피 수업같은 경우에는 강사들이 안무를 직접 짜잖아요? 수강생들이 강사들의 안무를 배우고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경향이 있듯, 안무의 원작자, 강사는 정해져 있고 수강생들이 따라하는 것이니 해당 영상에 대한 수익의 일부를 강사들 또는 안무저작권을 가진 단체에게 안무저작권료 개념으로 드리는 걸로 시작을 해서 발전해나가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현: 좋습니다. 케이팝에 적용하는 안무저작권이랑 학원 수업에 적용되는 안무저작권이 많이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데, 각각 어떻게 공략할 수 있을까요?

 

웍스앤피플: 사실 가장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게 방금 말한 학원 수업 관련한 것 같아요. 케이팝 관련해서는 되게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정말 10년, 20년이 지나도 될 지 의문인 것 같아요. 그러나 앞으로 세상이 조금 바뀔 거라고 저는 믿고 있고, 그거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여러 가지 시도를 좀 해보고 있어요.

 

정현: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나요?

 

웍스앤피플: 마이댄스를 우선 언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케이팝 안무를 보면 안무가가 누구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일단 안무가들을 알리는 노력을 해서 이런 인식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수익이 발생하는 부분은 아니지만, 안무가들의 성명권 보장, 저작권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현: (마이댄스 영상에) 저도 안무가가 창작한 케이팝 안무뿐만 아니라 개인 코레오도 들어간 게 매력적이다고 생각하면서 감상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 웍스앤피플로 넘어와서, 플랫폼인 웍스디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웍스앤피플: 저희 보편적인 기능은 국내 댄스학원들의 정보를 모아서, 그 학원들에 대한 수업, 강사 정보를 알려드리고 있는 거예요. 수업 예약까지 가능한 플랫폼이고, 수업 예약을 했을 때 수업 리마인드 알림톡이라든지, 코레오그래피 학원의 경우 현금결제만 받기도 하는데 카드결제 수단을 제공한다든지, 그런 편리한 결제수단을 제공해서 누구나 쉽게 댄스 수업을 듣게 해주는 게 목표지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댄스계의 배달의 민족이 되고 싶은 거죠. 배달의 민족으로 인해 배달 시장이 커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도 저희 플랫폼으로 인해 댄스 교육 시장이 조금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정현: 저도 워낙 춤에 관심이 많다 보니 플랫폼 초기때부터 팔로우를 했었는데, 국내는 물론 거의 세계적으로 유일한 댄스 학원 정보 관련 플랫폼인 것 같더라고요. 플랫폼을 처음 만드셨을 때 안무가 섭외, 학원 컨택 등은 어떻게 섭외하셨어요?

 

웍스앤피플: 안무가 섭외나 학원과의 연락은 주로 인스타그램 디엠으로 연락을 드렸고, 학원에 찾아가거나 앞에서 명함을 돌리기도 했고, 안무창작가협회처럼 안무저작권 관련해서 협회들이 조금 있어요. 안무창작가협회 공청회에 가서 거기 교수님께 명함을 드리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죠. 마이댄스의 경우에는 처음에 경쟁업체였으나, 마이댄스 창업자와 이야기가 잘 되어서 함께 웍스디를 만들고 있어요.

 

정현: 그럼 마이댄스랑 웍스디는 연결지점이 있을까요?

 

웍스앤피플: 처음에 마이댄스가 저희 경쟁업체였어요. 그랬는데 잠깐 사업을 중단하시고, 그러시면서 저에게 연락을 해서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참여할 생각 없으신지 제안을 드렸었고 같이 하게 되었었죠. 그래서 마이댄스가 처음에 바다리 영상 콘텐츠 찍은 거 보셨죠? 아이디어나 취지가 좋다고 생각해서 꾸준히 계속 이어서 해보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현: 그러게요, 음원을 통해 안무가를 알게 되는 다수의 콘텐츠와 달리 안무가를 통해 안무를 알게 되는 건 생소하기도 하고요. 저는 예전에 원밀리언이라는 스튜디오가 유튜브 수익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안무저작권에 대해 이것 저것 찾아봤었는데, 안무가의 노출이 더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 더더욱 고민인 것 같아요.

 

웍스앤피플: 사실 정말 어렵긴 한데 음악저작권과 유사한 형태를 만드는 게 목표다, 지금 안무를 만들면 저작권이 엔터테인먼트사한테 가잖아요? 그래서 엔터가 웍스디 파트너스에 가입하면 엔터사한테 저작권료를 지급할 계획이 있긴 해요. 안무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주체한테 일단 주고, 나머지 몫은 이제 엔터사들이 정당하게 안무가들한테 돈을 나눠줄 수 있도록 하거나 엔터사는 사용권을 갖고, 저작권은 댄서가 갖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또 다른 목표가 되겠죠. 

 

정현: 안무가에게 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 중에 에이전시 또한 있을 것 같아요. 국내에서는 미국과 같은 에이전시가 있지는 않더라도, 요즘 에이전시 운영을 시도하는 곳들이 늘고 있는 것 같은데,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세요?

 

웍스앤피플: 사실 칼럼 작성해주신 것처럼 지금의 국내 에이전시로 불리는 곳들이 매니지먼트에 조금 더 가깝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에이전시는 대부분 학원 원장님들이나, 기존에 댄스팀을 운영하고 있던 분들이 만드시는 것 같아요. 저희는 웍스디 파트너스를 통해 댄서들이 필요한 이벤트들과 매니지먼트 또는 에이전시와 연결하는 중개 역할을 하고 싶기도 합니다.

 

 

웍스앤피플 측에서는 웍스디를 시범 운영한 이후, 댄스 학원과 파트너십을 맺어 예약 시스템을 보다 원활하게 하는 웍스디 파트너를 준비 중에 있다. 학원 수업 결제 정보랑 예약 정보, 강사 관리, 수강권 관리 정도만 우선적으로 기획 중이며, 추후에는 학원 무인 출석체크, 플랫폼 내 리뷰 기능 등도 구상 중에 있다.

 

정현: 다시 돌아오자면 안무저작권과 관련해서 학원 접근과 연예기획사 접근은 많이 다를 것 같아요. 엔터테인먼트 측이 사실 진입장벽이 많이 높을 것 같아서, 엔터테인먼트를 특히 공략할 전략들이 있으신가요?

 

웍스앤피플: 엔터는 저희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았을 때 컨택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엔터사 입장에서도 안무저작권에 대한 수입은 따로 없잖아요? 그래서 나중에 저희가 유의미한 수익을 지급드릴 수 있다고 했을 때 안무저작권료를 드리겠다고 하면 일단 안무저작권료의 형태로 엔터사에게 돈을 드리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이후의 문제가 엔터사에서 안무가들에게 어떻게 분배를 할 지. 그거에 대한 문제가 더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안무저작권료의 형태로 광고수익의 일부를 엔터사에게 지급하는 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을까? 저희가 플랫폼가 안정화되고 커진다고 하면?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어드바이저로 계신 교수님께서 아이디어를 내주셨는데 안무저작권의 경우 공공기관 쪽을 먼저 접근해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케이팝 안무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 공공기관이 안무저작권료를 지급할 수 있게 할 수 있으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하진 않지만, 명분은 확실하니까. 

 

필자는 항상 춤을 좋아했고, 춤을 취미로 출수록 애정이 더욱 커져 이런 문제의식부터 시작해 춤과 관련된 목표, 꿈이 생겼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필자만큼, 또는 필자보다 더 진심으로 댄스 업계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웍스앤피플 서종렬 대표님은 열심히 댄스 업계의 활성화를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다.

 

정현: 댄서가 아니신데도 이렇게 애정을 가지시는 게 대단하신 것 같아요.

 

웍스앤피플: 처음에는 댄서 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너무 매력적이긴 하더라고요. 제가 춤을 못 추긴 하는데 (웃음), 공연보면 다들 정말 잘 추시더라고요. 다들 정말 멋있다고 생각하고, 점점 춤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 같아요.

 

정현: 그럼 웍스디로 이루고 싶으신 게 있으신가요?

 

웍스앤피플: 댄스 시장이 웍스디를 통해 커졌으면 좋겠어요. 댄서들이 더욱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실력이 있는데 돈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에요. 저도 처음에는 몰랐지만 춤은 되게 매력적이고, 이런 매력을 다른 사람들도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댄스 교육도 접근하기 어려워서 못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직장인 분들이나 이런 분들 - 어떻게 하시는지 몰라서 그러는데, 플랫폼 기술로 풀어가면서 교육 시장도 누구나 체험할 수 있게. 그런 식으로 시장을 키우는 게 제 목표긴 하죠.

 


 

어려운 문제에 실질적인 솔루션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있는 서종렬 대표와의 인터뷰 마무리 이후, 댄서들과 안무가들이 원하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더욱 하게 되었다. 이전에 함께 대화했던 댄서들 중 법적인, 산업적인 변화보다 스스로의 춤 실력을 향상시켜서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되고, 그 이후 보다 나은 처우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 사람들이 많았다. 또,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움직여야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다수였다.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행동할 의지를 키우기 위한 수단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이 되었다.

 

서종렬 대표는 우리가 댄스 업계뿐만 아닌, 다른 유사 업계의 역사를 돌이켜보고, 관계자들과 대화를 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눠주었다. 표준계약서가 적용이 되고 있는 영화 업계, 투자를 통해 공연을 만드는 뮤지컬 업계 등 모두 참고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웍스디와 같은 플랫폼으로 인해 댄스 업계에서도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춤을 추는 사람들이 보다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필자 또한 더욱 연구하고,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Contributor   |   송정현   Junghyun Song

춤을 사랑하고, 춤을 추며 대중예술 산업에 대한 탐구를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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