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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023.05.11

인터뷰가 깊어질 때 쇼룸 윈도 너머로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렸다. 그때 문득 아이앰히어의 쇼룸이 하얀 벽면 빛깔의 작은 갤러리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정혜원 대표는 마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듯 가구를 하나씩 소개했고, 가구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는 손길이 인상 깊었다. 아마, 정혜원 대표는 작가 이상으로 그 가구를 더욱 풍부하고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리라 생각했다. 그때, 마치 작은 미술관에서 관람이라도 하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구상우 작가의 바운스 체어가 눈에 밟혔다. 저 의자가 법률사무소의 한편에 자리하고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기쁘고 축하할 만한 일이 있는 사람보다는 심적으로 당황스럽고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이 주로 변호사를 찾는다. 뒷목이 뻐근해지고, 긴장된 사람들을 늘..

Interview 2023.05.09

아이앰히어는 가구를 사랑하는 회사다. 가구를 인격체처럼 대하며, 그 속에 담겨 있는 가구 디자이너와 작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물건에 고유한 이야기가 깃들면, 그 물건은 예술품이 된다. 아이앰히어는 가구를 유통하는 플랫폼이면서도, 예술계와 콘텐츠 분야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있는 회사다. 정혜원 대표는 오랜 대기업 생활에서 얻은 합리적 비즈니스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가구 디자이너들의 삶을 조명하며 소비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한 명의 창작자가 만든 가구가 한 사람의 삶의 공간에 자리 잡을 때 하나의 의미가 발생한다. 실제로, 백화점과 전시공간, 쇼룸을 통해 아이앰히어가 판매하는 가구들을 감상할 때, 꼭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른 브랜드 가구들은 일관된 테마를 갖추고 잘 제련된 가구를 소개하는데 ..

Interview 2023.05.09

사람은 저마다 삶의 테마를 가지고 있고, 그 테마는 10년 정도 단위로 변하는 것 같다. 장애를 극복한 긍정의 아이콘, 인간승리의 드라마. 김예솔은 분명히 남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극복의 아이콘이라 불렸고, 언론과 교육기관에서 그녀의 삶을 주목했다. 이것은 지난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과거 10년 동안의 이야기이다. 이후 김예솔은 2017년 스웨덴으로 떠났고 5년을 보냈고 페더 씨와 릴라 엘리펀트를 창립했다. 인터뷰를 하던 시간 동안 김예솔의 삶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리했는데, '자연스러운 확장과 일깨움'이라고 정리하려고 한다. 김예솔은 스웨덴의 자연환경을 누비고 복지시스템을 경험하며 비로소 자연스러운 몸짓을 할 수 있었고, 그동안 묵인해왔던 몸의 감각들을 하나씩 일깨워갔다. 장애와 비장애라..

Interview 2023.05.09

김예솔은 스웨덴 룬드에서 30년 이상 경력을 쌓은 목수 페더 칼슨(Peder Karlsson)과 함께 '모두를 위한 가구'를 만든다. 브랜드명은 작은 코끼리를 의미하는 '릴라 엘리펀트(Lilla Elefant)'. 작다는 형용사는 사려 깊음을, 코끼리는 지혜를 상징한다. 릴라 엘리펀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디자인, 즉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지향한다. 김예솔은 브랜드명처럼 작은 사람이다. 그녀가 바라보는 세상은 대한민국 성인 여성의 시야에 비해 대략 50cm 정도 낮다. 일곱 살 때 급성 척수염을 앓으며 허리 아래의 감각을 상실했다. 세상이 일찌감치 그녀에게 시련과 좌절을 준 것이다. 그녀에게 주어진 불완전함은 지체장애라 불렸다. 지체장애인 최초로 서울대 미..

Interview 2023.05.09

창작력 있는 작가는 빛이 나는 존재지만, 작가는 실제로 자신이 얼마나 빛이 나는지 모른다. 그 빛은 팬들의 눈에만 보이기 때문이다. 기획자와 마케터들은 작가들의 성과를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콘텐츠로 만들어 홍보하고 판매하고, 팬들은 그 콘텐츠를 즐기며 이용한다. 엄밀히 말해, 작가는 팬들의 사랑만 먹고살지 않는다. 즉, 팬들의 사랑은 작가가 생존하기 위해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에 해당한다. 창작은 작가의 생업이고, 작가의 작품은 시장에서 유통되어야 한다. 기업이 비즈니스를 할 때, 팬들의 사랑은 중요한 원동력이다. 프로 작가라면 누구나 창작만으로 끝내지 않고 상품화를 위해 계약을 하고, 시장에서 상품으로써 작품이 유통되는 과정을 직면한다. 콘텐츠 비즈니스의 가장 첫 번째 계약이 바로 작가와 기업의 ..

Interview 2023.05.09

2010년대 초반에 있었던 대(大) 사건. 단연코 카카오톡을 필두로 한 SNS 메신저의 등장이었다. 40글자로 제한된 문자메시지에 '^-^', '*ㅅ*', ';_;'라며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았다. 캐릭터 이모티콘은 등장하자마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만국 공용어가 되었다. 이 시장의 출발점에 두 명의 작가, 카카오 프렌즈(Kakao Friends)의 아빠 호조(hozo)와 메리비트윈(Merry Between)의 엄마 김하나(노나메; noname)가 있었다. 특정 시절을 추억했을 때 기억나는 캐릭터가 있다. 그때 그 시절 수요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던 캐릭터들 중에서도 지금까지 남아 있는 캐릭터들은 많지 않다. 현재까지 활동하는 캐릭터들이 존재할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작가와 팬을 이어주는 시..

Issue/Legal Design 2023.05.09

리걸 디자인(Legal Design)이란 법률서비스 이용자들의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디자인적 방법론으로 접근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리걸 디자인 분야에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란드의 스타트업 'Dot.'을 소개합니다. 지난 포스팅을 통해 스탠퍼드(Stanford)의 로스쿨(Law School)과 디.스쿨(D.School)에서 연구하며 강의도 하는 마가렛 하간(Margaret Hagan)에 대해서 소개한 바가 있는데, 호건이 바로 'Dot.'에서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Dot.'는 법률과 관련된 기업의 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로펌 내 고객과의 소통방식, 로스쿨 내 교육, 입법 설계 분야 등 다양한 방향에 있어서 디자인적 방법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미국 ..

Issue/Legal Design 2023.05.09

Margaret Hagan은 변호사이자 디자이너이다. 현재 스탠퍼드 로스쿨의 리걸 디자인 랩(Legal Design Lab)의 디렉터인 동시에 스탠퍼드 디.스쿨(D.School)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Margaret Hagan은 법률 서비스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디자인적 방법론을 접목시키고 있습니다.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디자인(communication design), 제품 디자인(product design), 조직 디자인(Organization Design)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활용된 방법론들을 법률적 내용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에 관하여 주안점을 두고 작업합니다. Margaret Hagan을 주목하는 이유는 법과 디자인의 관계에 있어서 기존의 시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